거름 뒤기

엊그제 드디어 본격적인 농사일을 시작했습니다.
작년 1년 내내 만들었던 거름을 뒤었습니다.
집안에 퇴비간이 있어 정미소에서 나온 왕겨와 음식물 쓰레기 등을 모아 퇴비를 만듭니다.



예전에 재래식 화장실을 사용했을 때는 가을 일이 모두 끝나고 겨울이 되면 화장실을 퍼서 퇴비간에 부어 거름을 만들곤 했습니다.
제 키보다 더 큰 화장실 큰 항아리를 보며 노랬던 기억이 납니다. ^^
하지만 이제 그런 모습은 농촌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 되었습니다.
생활은 편리해졌지만 똥은 퇴비와 섞이면 좋은 거름이 되지만 물과 함께 섞이면 그냥 오염물질이 되어 버려지고 맙니다.
모두 우리에게 다시 돌아오지만 전혀 다른 모습으로 돌아오겠죠.

4월초순이면 밭을 갈고 고추며 콩 등을 심어야 합니다.
밭을 갈기 전에 미리 퇴비를 내고 트랙터로 로타리를 쳐서 잘 섞어줍니다.
이미 퇴비간에서 거름이 거의 다 만들어진 상태이므로 이번에 한 번 더 뒤집어 주고 2주일 후에 밭으로 거름을 낼 생각입니다.

본격적인 거름 뒤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아버지는 무릎이 안좋아 일을 옆에서 거들었습니다.
쌀집아저씨가 포크와 삽을 가지고 거름을  한 쪽으로 차곡 차곡 쌓으면 아버지는 그 위에 물을 뿌립니다.
화장실을 퍼서 나온 녀석들이 제일 좋은데 없으니 물로 대신합니다.
물을 뿌리고 나면 쌀집아저씨가 퇴비 위로 올라가 열심히 밟아줍니다.
공기는 통하고 퇴비끼리 서로 닿아있어야 발효가 잘 되서 좋은 퇴비가 만들어집니다.



한참 퇴비를 뒤고 나니 어머니가 새참을 주셨습니다.
노랗게 잘 익은 고구마였습니다.
고구마로 막힌 속은 배즙으로 든든하게 채웠습니다.
다시 일을 시작해 한 시간 정도 지나니 일이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퇴비를 뒤느라 다른 곳에 묶어 놨던 멍멍이 두 마리도 제자리에 두었습니다.
한 마리는 퇴비간 안에, 다른 한 마리는 퇴비간 밖에서 집을 보라고 했습니다.



오늘 보니 벌써 발효가 되는지 김이 모락 모락 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2주가 지나고 나면 밭으로 나가 흙에 영양를 주겠죠.
올해 밭농사는 작년 가을에 뿌린 쌀겨와 이 퇴비 녀석들이 힘을 좀 써주길 바래봅니다.

by 쌀집아저씨 | 2008/03/14 19:56 | 농부의 삶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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