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둑 고치기

어제 밭두룩을 고쳤습니다.
지난 여름 장마 때 많이 내린 비로 밭둑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아래 밭으로 무너져 내려서 둑흙이 쓸려 버렸고, 아랫집 고추가 좀 상했습니다.
논둑이나 밭둑을 새로 만드는 작업은 봄이 오면 시작합니다.
겨울에는 작업을 해 놔도 얼었나 녹았다 하면 지반이 약해져서 효과가 떨어집니다.
보통 논둑이나 밭둑이 무너졌을 때 방천났다는 말을 씁니다.
국어사전에서 방천을 찾아봤습니다.
방천(防川) : 둑을 쌓거나 나무를 많이 심어서 냇물이 넘쳐 들어오는 것을 막음. 또는 그 둑



밭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논둑도 어긋나서 아버지는 아침부터 포크레인을 불러 논둑을 다시 만드는 일을 했습니다.
논둑 만드는 일을 끝내고 밭둑을 다시 만들기로 했습니다.
쌀집아저씨는 밭둑에 박을 말목을 만들러 트럭을 몰고 산 아래로 갔습니다.
말목은 보통 얘기하는 말뚝으로 보시면 됩니다.
가서 찾아보니 말목으로 쓸 나무가 많지는 않았습니다.
눈에 띄는 것이 아카시, 옻, 밤나무 세 가지가 있었습니다.
밤나무는 사람들이 따 먹을 수 있으니 놔두고 아카시와 옻나무를 톱으로 베어내서 말목으로 쓸 정도로 잘랐습니다.
그리고 밭둑에 박기 위해 손도끼로 아래를 깎아 냈습니다.
열 댓 개를 만들어 밭으로 갔습니다.



논에서 작업하던 아버지도 올라오셨고, 뒷따라 포크레인도 왔습니다.
무너진 밭둑을 조금 파내고 아랫집 밭으로 내려온 흙을 채워넣고 다졌습니다.
그리고 쌀집아저씨가 만들어온 말목을 포크레인 삽으로 박아 넣었습니다.
말목을 박아 놓으면 흙이 고정되는 효과가 있어 물이 스며들더라고 잘 물러나지 않습니다.
새삼 포크레인이 좋은 기계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람이 무너진 밭둑을 다시 만들려면 몇 사람이 하루 이상을 일해야 하고, 그렇게 튼튼하게 만들어지지도 않을 것 같습니다.
말목을 박고 나서 집으로 점심을 가지러 갔습니다.
어머니와 집사람과 함께 점심을 가지고 와서 밭에서 먹었습니다.
포크레인을 운전하는 분은 우리 마을에서 2km 정도 떨어진 오도미가 고향인 분인데 밭에서 밥을 먹으니 소풍 나온 것 같이 좋다고 하시더군요.



점심을 먹고 쌀집아저씨는 말목을 박고 나서 덜 들어간 부분을 톱으로 잘라냈습니다.
다시 아버지가 손도끼로 말목을 다듬어 놓으면 쌀집아저씨가 작은 헤머로 말목을 박았습니다.
짧아서 괜찮았지 길었으면 아주 고생을 할 뻔 했습니다.
포크레인은 밭 위로 올라가서 윗쪽과 옆쪽 도랑을 파내서 물길을 만들었습니다.
저녁부터 비가 내린다는 소식이 있어 어머니와 함께 부직포로 작업한 밭 두룩을 덮어서 고정시키고 일을 마무리했습니다.
하룻품을 들여 포크레인 작업을 했으니 올해는 물론 몇 년간 논이고 밭두룩이 튼튼하게 잘 버텨주기를 바랍니다.

by 쌀집아저씨 | 2008/03/23 14:43 | 농부의 삶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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