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은 방아 찧기

어제 오전에 방아를 찧었습니다.
옥림마을.
쌀집아저씨가 참 좋아하는 마을입니다.
농로길을 따라 한 시간 정도 걸어 들어가는 산골마을인데 사람들이 참 푸근합니다.

2주 전부터 방아를 찧자고 했는데 쌀집아저씨가 모내기로 바빠서 틈을 내지 못했습니다.


잔뜩 찌푸린 날씨에 간간이 비가 한 방울씩 흩뿌렸습니다.
작년에 정미소 문을 고쳐 애마 트럭을 넣을 수 있어 많은 비만 아니면 방아를 찧을 수 있습니다.

옥림마을에 도착했더니 벌써 나락을 내놓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매년 두 세 차례씩 얼굴을 뵙는 분들이어서 더 반가웠습니다.


오늘은 모두 네 가구 방아를 찧어야 합니다.

먼저 마을 윗쪽에 사는 두 가구의 나락을 실었습니다.
아랫집에 사는 분도 나와서 함께 나락 싣는 것을 거들었습니다.


다른 마을에서는 보기 힘든 옥림마을의 모습이며, 쌀집아저씨가 옥림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몇 년 전만 해도 건강하게 일을 잘 하시던 분들이었는데 너무 힘에 부쳐 보였습니다.
두 가구 나락을 싣고 나니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그냥 싣고 정미소로 왔습니다.
삼십 분 남짓 두 집 방아를 찧었습니다.
쌀이 여덟 가마 정도 나왔습니다.
이번 주 일요일에 생신잔치가 있어 방아를 찧어야 했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잔치때도 쓰고 자식들 오면 들려서 보내시려고 한답니다.

 

쌀을 갖다 드리고 나머지 두 가구의 나락을 실었습니다.
나락을 싣고 있는데 옆에 사는 할아버지가 오셨습니다.
쌀집아저씨가 작년 가을에 쓴 정미소풍경에 나오신 분입니다.
올해 연세가 84세.
가만히 계시지 못하고 아주머니들을 비키라고 하더니 함께 나락을 실었습니다.
"안 힘드세요?"
"허허 헐만 허시."

나락을 싣고 와서 한 시간 남짓 방아를 찧어 갖다 드렸습니다.
두 가구 모두 양이 많아서 한 차 가득 했습니다.

 

옥림마을 방아를 찧으면 항상 기분이 좋습니다.
함께 어울려 조금씩 손을 거드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웃음이 나고 기분이 좋아집니다.
세 시간 남짓 옥림마을 방아를 찧었습니다.
기분좋은 일을 했습니다.

by 쌀집아저씨 | 2008/06/06 10:21 | 농부의 삶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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