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9월 28일
가을 첫 날 풍경
오늘을 '가을의 첫 날'이라 이름 붙여도 좋을 것 같습니다.
사정이 있어, 그리고 시간이 되어 오후 늦게 영암에 다녀왔습니다. 
배가 봉지가 터질 듯이 자라서, 팽팽하다 못해 옆구리가 터져 버린 모습입니다.
지금이 딱 수확할 적기인데 마을의 일손이 모자라 속수무책입니다. 
배밭 한 구석에 밤나무가 한 그루 있습니다. 이 밭을 장만하신 증조할아버지가 심으신 거라는데, 탐스런 밤송이가 여럿 떨어져 있네요. 작업화를 신은 쌀집아저씨가 손가락 하나 건드리지 않고 발과 막대기로 밤을 까고 있습니다. 
또 다른 구석에는 포도나무도 몇 그루 있습니다. 이것 저것 키우기 좋아하시는 엄마께서 심으신 건데, 도대체 어떤 종인지 익을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찬바랑 쌩쌩 부는 날 파란 옷 입고 매달려 있는 녀석들이 안쓰럽더군요. 
오늘 영암에 간 목적 중 하나가 저희가 두고 먹을 단감을 '채취'하는 것이었어요. 유난히 예쁜 색으로 익은 감 하나가 새파란 가을하늘과 어울려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그런데 저만큼 익어버린 단감은 맛이 없다며, 쌀집아저씨는 눈길도 안 주더이다. 
그냥 식구들 먹으려고 밭 가장자리에 심은 것이라, 따로 돌보는 손길이 없어 못 생겼죠? 작고 울퉁불퉁하지만, 맛은 일품이랍니다. 
단감나무를 경계로 배밭 옆에 있는 작은 밭에는 눈이 다 푸르러질 것 같은 배추가 자라고 있습니다. 아직은 납작하고 여리지만, 가을햇살을 머금고 통통하게 살이 오르면 겨우내 우리 밥상을 지켜 줄 김장김치가 될 녀석들이랍니다. 
배추 옆으로 한 두룩을 당당히 차지한 이것은 마늘입니다. 마늘쪽을 나누어 저렇게 땅에 파묻어 놓으면 싹이 나고 마늘이 자랍니다. 마늘은 밭에서 눈도 맞고 비도 맞고 겨울을 지나 봄을 맞이합니다. 
마늘 두룩 끝에 조그만 자투리 땅을 차지한 요 앙증맞은 녀석들은 뭘까요? 저도 긴가민가 헷갈려 부모님께 여쭤봤더니 '파'랍니다. 파인지 양파인지 헷갈렸는데, '파'랍니다. 하긴, 양파는 여름 쯤에 수확하신 것을 이미 얻어다 먹었더랬습니다. ^^ 상대적으로 '파'는 수확하는 주기가 빠르다고 쌀집아저씨가 훈수를 두네요.
저 배추에, 파 송송 썰고, 마늘 듬뿍 갈아넣고, 여름 내 손질한 태양초 고춧가루에 구수한 젓갈 팍팍 섞어서 김장김치 담그는 생각에 군침이 넘어갑니다. ㅋㅋㅋㅋㅋ 아직 힘든 노동 생각은 안 납니다. 날씨가 갑자기 쌀쌀해지니 김장김치가 다 떠오르네요. 거기에 돼지고기 보쌈을? 스으읍~!
즐거운 생각 하시면서, 행복한 밤 보내세요. ^___^
# by | 2008/09/28 09:31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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