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소풍경 2008 샘골마을 <1>

2008년 가을입니다.
농촌은 하루가 다르게 노랗게 변하고 논들이 하나 둘씩 비어갑니다.
본격적으로 햅쌀도 나옵니다.
덕분에 백용정미소도 쌀집아저씨도 많이 바빠졌습니다.
작년에 많은 분들께 사랑받았던 정미소 풍경을 시작합니다.




오후 세 시가 넘어 샘골마을로 애마를 몰고 갔습니다.
말린 나락은 이미 포대에 담겨져 있고 할머니가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작년 가실엔 병원에 가셨다덩만 올해는 건강허신갑네요?"
"기냥 저냥 걸어댕길만 허요이"

애마를 후진해서 안쪽에 있는 나락부터 실었습니다.
몇 개를 올리다 보니 할아버지 등장.
"어르신 올해는 더 건강해 보이싱만요"
"근가"
"할머니가 오싱께 긍갑구만요"
"허허허"

20분 정도 할아버지와 함께 나락을 한 차 가득 실었습니다.
"어르신 올해 연세가 어떻게 되셨당가요?"
"올해 나가 여든 여섯이시"
"왔다 근디 요렇게 건강허싱만요. 비결 뭐담니까?"
"음 .. 술담배 안허고 기름기 좔좔헌 것도 안묵네"
"그럼 고기도 전혀 안드신다는 말씀이세요?"
"요즘은 조금씩 묵은디 여든 넘어갖고 묵기 시작했네이"

"올해도 농사 잘 지으셨제라?"
"하먼 올해는 날씨가 좋아갖고 아조 대풍이시"
"해년마다 잘 지으시던디 고곳도 비법을 살짝 갈케주십쇼"
"난 하루에 세 번씩은 논에 나가네. 아즉에 한 번, 낮에 한 번, 해름에 한 번"
"농사는 배포가 너무 커도 안되고 너무 작아도 안되는 것이다네"
"거름 말씀이당가요?"
"자네가 뭐슬 좀 앙만 그려이"

부산에서 오십이 넘은 딸과 사위가 함께 와서 일을 했습니다.
한 시간 남짓 방아를 찧어 가지고 갔습니다.

2008년 첫번째 정미소 풍경은 여든이 넘은 농촌 어르신의 건강과 농사에 대한 소중한 지혜입니다.

by 쌀집아저씨 | 2008/10/09 22:05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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