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소풍경 2008 다산마을 <9>

오전에 다산 마을에서 방아를 찧으러 왔습니다.
칠십 여섯 되신 할머니와 딸이 왔습니다.
할머니는 허리가 구부정했고 농사일로 몸이 불편해 보였습니다.
함께 온 딸은 옷이 화려했고 아주 세련된 모습이었습니다.
할머니는 쌀겨를 담고 딸은 나락을 부었습니다.

정미소에 일손이 부족해 직접 일을 했습니다.
방아를 찧어 집으로 갔습니다.
골목길이 좁아 애마를 후진으로 들이댔지만 중간에서 멈췄습니다.
쌀을 어깨에 메고 상당히 먼 거리에 있는 창고에 넣어 드렸습니다.
할머니는 쌀을 내리는 트럭에 기대고 있습니다.

"아따 할매 쩌리 좀 가제 계속 발에 치잉만요"
"아이고 미안허요 허리가 아퍼 짚고 있을라고 그랬는디"
"그먼 저쪽에 계셔야제 가는 곳마다 따라 댕기먼 안되제라"

"연세가 많은디 농사 그만 허셔야겄구만이라"
"안직은 갠찮은디"
"우리 막둥이 줘야씅께 해야쓴단 말이요"
"엄마는 그렇게 도와줘봐야 필요가 없어요"
"고런 말이 어디 있다냐"

"따님은 어디 산답니까?"
"미국 캘리포니아요"
"와따 먼디서 오셨구만이라"
"젊은 분이 고생이 많으시네요"
"뭐 힘은 좀 들지만 좋습니다"

쌀을 모두 내리고 나서는데 딸이 음료수라도 사먹으라고 돈을 내밉니다.
이런 경험은 아주 드물죠.
극구 사양했지만 트럭에 넣어주더군요.
'이게 미국식인가?'

2008년 정미소풍경 아홉번째 이야기는 열 손가락 중 가장 아픈 한 손가락을 걱정하는 할머니의 마음입니다.

by 쌀집아저씨 | 2008/10/28 22:03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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