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소풍경 2008 서성마을 <11>

오후에 서성마을로 갔습니다.
서성리는 큰 저수지가 있고 농로길로 5km 남짓을 가야 합니다.
이 집은 서성마을에서 유일하게 방아를 찧는 집입니다.
원래 살던 이들은 거의 떠나고 없습니다.
이제는 별장을 짓는 외지인들만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할아버지가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아따 오랜만이시"
"잘 계셨지라우"
"그냥 저냥 허네"
"건강하시제라?"
"괜찬허시"
"올 농사는 잘 되얐습니까?"
"생각보단 별로시"

집안에서 할머니가 나오셨습니다.
"와따 또 오셨구만이라"
"예 일년만이구만요"
"쌀이 똑 떨어져부러가꼬 굶을 뻔 했는디"
"글먼 나락 있응께 도구통에 찧어 드셔야제라"
"그래서 도구통 꺼내놔부렀소"
"지가 쩌그 정미소서 봉께 도구통 있길래 얼렁 와부렀구만이라"
"허허허"

정미소에서 방아를 찧어 쌀을 싣는데 할아버지 옷에 먼지가 가득합니다.
먼지를 털어 드리며 할머니가 한 마디 합니다.
"아따 영감 먼지 좀 털어부쇼"
"기냥 나또 이따 털먼 되제"
"워메 글먼 안 데리고 가불랑께"
"하하 어르신 얼렁 터세요이"
"글먼 그래야제"

방아를 찧어 집으로 가져다 드렸습니다.
"몇 남매나 두셨당가요?"
"칠남매시"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고 힘드시"
"자식이 많으면 좋은 것도 있지만 그러시겠지라우"
"긍께 말이시"
"인자 힘들어서 농사도 못 짓겄네"
"올해 연세가 어찌 되셨당가요?"
"나가 여든 하나고 저 사람은 네 살 아래시"
"연세가 많으시구만요 건강하셔야제라"
"그래야제 내년에도 얼굴 봄세"

2008년 정미소풍경 열 한 번째 이야기는 오지에 남은 홀로 남은 부모님의 자식 걱정입니다.

by 쌀집아저씨 | 2008/10/30 20:23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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