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방아를 찧었습니다.
바쁜 가을철이 끝났고, 날씨가 추워져 요즘은 방아가 뜸합니다.
우리 마을과 마산 마을, 다산 마을 방아를 조금씩 찧었습니다.
그동안 미뤄왔던 방아를 오늘 한꺼번에 찧은 셈입니다.
맨 먼저 우리 마을 방아를 찧었습니다.
동네 형님이 리어카에 나락을 싣고 왔습니다.
상당히 양이 많아 세 차례나 날랐습니다.
어머니와 함께 나락을 싣고 왔습니다.
그 옆에 딸내미 하나가 일하는 형님을 똘망똘망하게 쳐다보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몇 해 전에 돌아가셨고, 어머니도 정신이 온전하지는 못합니다.
형님은 덩치가 크고 힘이 세지만 어렸을 적에 아파서 정상은 아닙니다.
농공단지에 다니며 일을 하고 쌀농사를 조금 짓고 있습니다.
몇 해 전에 필리핀에서 온 형수님과 결혼을 했습니다.
네 살, 다섯 살, 한 살 이렇게 아이가 셋입니다.
"형님 애기가 몇이다요?"
"싯이여"
"워메 둘 아니다요?"
"한 살 짜리 한나 더 있제"
"와따 힘 좀 써부렀구만이라"
"흐흐흐"
한 시간 남짓 방아를 찧어 다시 리어카로 쌀을 나릅니다.
쌀을 나르고, 쌀겨를 나르고, 왕겨를 나르고.
이마에 땀이 촘촘히 맺혔습니다.
2008년 정미소풍경을 끝내려고 합니다.
그동안 방아가 뜸한 것도 있었지만 무슨 얘기를 할까 망설였습니다.
우리 농촌의 희망을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어느 시인은 희망은 본래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라고 했습니다.
정상인과는 몸과 마음이 약간 다른 형님.
정신이 온전하지 않은 어머니.
필리핀에서 멀리 우리나라에 시집 온 형수님.
조금은 어색한 모습을 한 아이 셋.
2008년 정미소풍경 마지막 이야기는 이 동네 형님이 바로 우리 농촌의 희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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